게임이야기/슈퍼로봇대전 리뷰

[SFC] 제3차 슈퍼로봇대전 리뷰

무적초인 2013. 6. 8. 01:57

필자에게 큰 영향을 준 미디어 콘텐츠를 꼽아본다면, '드래곤볼'과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이 있다. 드래곤볼은 생애 최초로 본 만화책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좋아했고, 슈로대는 '슈퍼패미콤'을 구입함과 동시에 최초로 시작한 게임 시리즈라 자연스럽게 애착을 가지게 됐다.

 

필자가 생애 최초로 즐긴 첫 슈로대인 '제3차 슈퍼로봇대전(이하 3차)는 어린 시절 TV나 비디오 등으로 접했던 '마징가Z'와 '건담'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강점과 실제 원작에서 나오던 테마곡들이 BGM으로 흘러나와 어릴 적부터 로봇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필자를 순식 간에 이 쪽 세계에 빠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 필자는 이 게임의 출시 여부에 따라 콘솔을 지르게 되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3차는 표지에 드물에 로봇이 아닌, 인물도 그려졌다

 

상위 플랫폼으로 등장하여 대폭 향상된 게임구성
'게임보이'에서 '패미콤'으로 넘어왔던 전작 '제2차 슈퍼로봇대전(이하 2차)'와 달리, 이전 기종들보다 압도적인 성능의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탓에 3차는 전체적인 그래픽과 BGM이 대폭 향상 됐다. 특히 전투데모를 보면 전작 2차는 단순히 아군/적군 기체들이 정지화면으로 놓여진 채 간단한 이펙트만 터지면서 치고박고 했지만, 3차는 실감나게 움직이는 배경화면에서 기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공격하는 연출들이 대폭 추가 됐다. 또 시리즈 최초로 전투 데모에 애니메이션 컷인을 도입해 실제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 됐다.

 


기체와 배경이 움직이는 박력 있는 애니메이션 전투데모

 


지형별로 달라지는 연출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라이딘의 갓버드 연출은 지금봐도 멋지다

 

또한 슈퍼패미콤의 강점인 확대/축소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콤바트라V'의 합체 데모 등을 구현해 당시 게임들보다 압도적인 비쥬얼을 자랑했으며, '재공격'을 폐지하고 반응 수치를 일정량 올리면 사용 가능한 '2회이동'을 추가, 공방 수치를 올려주는 '기력' 시스템을 넣어 전략적인 재미를 높였다. 그 것 말고도 2개의 무기만 사용하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사용 가능하고(단 EN시스템이 도입돼 필살기급은 전작처럼 난사 불가), 파일럿과 기체 데이터를 각각 나눠 육성 시스템을 보다 강화했다.

 

필자는 당시 이 영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차의 콤바트라V는 역대 최악
분리도 안되고, 정신기도 효마만 사용 가능, EN소비도 안습

 

 

2회이동과 기력 시스템으로 인해 전략적인 플레이 가능

 

아울러 전작에서 '사이버스터'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맵병기'는 반격기로는 사용 불가능한 대신, 다양한 유닛들도 사용 할 수 있도록 변경돼 학살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단 적들도 맵병기를 사용하니 그에 따른 긴박감도 늘어났으니 주의.

 

이 바다는... 지옥이야...

 

파일럿과 기체를 나눠 육성의 재미를 강화
위에 언급했던 육성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보면, 2차는 파일럿과 기체가 일체화 됐고, 레벨업이나 '강화파츠', 기체/무기 교체 시에만 육성이 가능했다. 허나 3차는 강화파츠 시스템을 삭제, 파일럿과 기체 데이터를 각각 따로 육성할 수 있다. 파일럿은 전작과 같이 레벨업을 통해 육성이 가능하고, 기체는 플레이 중 얻은 자금을 통해 '기체개조'를 하여 보다 강한 기체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시리즈 최초로 기체개조 도입

 

덧붙여 파일럿과 유닛 데이터가 나뉘어진 덕분에 '갈아타기' 시스템이 사용 가능하며, 갈아타기 시스템은 연관된 작품의 파일럿들이 서로의 기체를 바꿔탈 수 있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는 파일럿과 기체의 조합으로 다양한 육성을 할 수 있다는 재미를 얻게 된다. 단 '라이딘'이나 '다이탄3' 같이 전용기를 가진 파일럿들은 갈아타기 불가.

 

파일럿과 유닛 데이터가 나뉜 덕분에 갈아타기도 가능

 

강화된 스토리 라인, 그리고 다양한 분기

전작 2차의 경우 전체적인 플롯은 정해졌으나, 너무 일직선적인, 또 원작을 무시한 스토리로 원작과 다른 괴리감을 보여줘 실망감이 앞섰다. 하지만 3차는 현재의 슈로대 시리즈보다 복잡한 분기 시스템을 넣어 진행에 따라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 할 수 있었고, 또 'DC잔당' 뿐만 아니라, '비안' 박사가 예고했던 이성인 '인스펙터'까지 난입해 긴장감 넘치는 3파전을 즐길 수 있다.

 

3차의 전체적인 내용은 '기동전사 Z건담'의 흐름을 베이스로, 중간 중간 '겟타로보'의 '무사시 특공' 시나리오, 슈퍼로봇 등장 이벤트 같은 원작 시나리오도 틈틈히 구현 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다. 오히려 이후에 나온 '슈퍼로봇대전EX(이하 EX)'나 '제4차 슈퍼로봇대전(4차)'보다 완성도가 높아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 되기도 한다.

 

전작에서 꿍꿍이를 숨기던 슈우가 숨겨진 최종보스로 등장

 

제3차 슈퍼로봇대전은 어렵다?
EX나 4차부터 즐긴 후 3차를 뒤늦게 접한 유저들 대다수가 본작을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3차는 난이도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그렇게 평가 받는 큰 이유는 '반격명령'이 지금의 슈퍼로봇대전과 다르기 때문인데, 4차부터는 반격명령 커맨드가 적의 공격 직전에 유닛별로 개별 반격명령으로 가능 했으나, 3차나 EX는 적턴 시작 전, 전체설정으로만 반격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퀵리셋이 없고, 초반아군 출격 수에 비해 적유닛 및 증원이 잦은 탓도 크다. 그러나 적절한 지형 활용과 후반에 생기는 2회이동 등을 잘 이용하면 난이도가 급감하니 참고. 오히려 '무기개조' 시스템이 추가된 '컴플리트박스'판 3차가 거지 같은 수치밸런스와 엮여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전체명령과 지형만 잘 사용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가능성을 열어준 게임
2차가 성적이 부진했고, 3차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서 슈로대 시리즈가 종결 될 뻔 했으나, 잘 만들어진 게임성 덕분에 점점 입소문 타서 재평가 및 후속작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본작이 게임성을 개판으로 만들어 성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슈로대 시리즈는 명맥이 끊겼을지도 모른다. 고로 의미 깊은 게임이니 팬이라면 반드시 즐겨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이 외로도 컴바트라V에서 나온 '가르강튀아'의 강화판 '팡타그뤼엘'이 3차만을 위해 특별 참전한다던지, '디제SE-R'이 게임 최초로 구현 되는 등, 팬들이 주목할만한 부분들이 꽤나 마련 됐으니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 단 아쉬운 점은 2차에서도 구현 됐던 '그렌다이저'의 오프닝곡이 3차에서는 삭제됐다(마징가Z OP으로 대처, 아마도 용량 때문에 삭제 된 것으로 추정).

 

콤바트라V에서 나온 기체인데 용자 라이딘 떨거지들 전용기...

 

디제SE-R은 3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게임에 등장